저탄고지 다이어트: 탄수화물 제한이 두뇌 활동과 집중력에 미치는 예상치 못한 진실,케토 다이어트
다이어트 열풍만 불면 으레 탄수화물은 '공공의 적'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특히 저탄고지 식단인 케토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탄수화물을 줄이면 살은 빠지는데 혹시 두뇌 활동과 집중력까지 같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뇌의 주 에너지원: 포도당 vs. 케톤체, 무엇이 더 나을까?
1) 뇌의 연료 탱크, 포도당
우리 뇌는 우리 몸무게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하루 총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할 만큼 '대식가'입니다. 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 연료가 바로 포도당이며, 이는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만들어집니다. 뇌는 포도당을 따로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가 극도로 줄어들면 뇌의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져 인지 기능이 저하되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탄수화물 제한 다이어트를 장기간 할 경우 피로감, 집중력 저하, 심지어 우울증이나 불안을 더 많이 호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 저탄고지가 낳는 대체 에너지, 케톤체
그렇다면 저탄고지 식단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뇌 활동을 유지할까요? 탄수화물 섭취를 하루 50g 미만으로 극도로 제한하면, 우리 몸은 지방을 분해하여 케톤체라는 대체 에너지원을 만들어냅니다. 뇌는 이 케톤체를 포도당 대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케토시스(Ketosis)' 상태입니다.
탄수화물 제한, 두뇌에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는 창의적인 접근
1) 인지 기능 개선을 돕는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의 힘
최근 연구 데이터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저탄고지 식단으로 인해 생성되는 주요 케톤체 중 하나인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가 뇌 기능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4년 3월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Davis)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게 케토 식단을 먹이자 혈중 BHB 수치가 일반 식단 쥐에 비해 약 7배 증가했습니다. 이 BHB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의 가소성을 높여 초기 기억력 감퇴를 지연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 기분과 집중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사례
단순히 기억력 문제뿐만 아니라, 저탄고지 식단은 정서적 안정과 집중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주요 우울장애(MDD) 환자들에게 12주간 케톤 생성 식이요법을 시행한 결과, 환자 스스로 평가하는 우울 증상 척도(PHQ-9) 점수가 69% 감소했으며, 뇌 기능 관련 지표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도 32%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뇌 염증 감소나 신경 보호를 통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초기에 '케토 플루'와 같은 일시적인 집중력 저하를 겪을 수 있지만, 뇌가 케톤체에 적응하고 BHB 같은 유익한 물질이 늘어나면 오히려 두뇌 활동과 집중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현명하게 탄수화물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결론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면 일시적으로 두뇌 활동과 집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뇌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케톤체에 적응하게 되면 오히려 인지 기능 개선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최신 데이터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탄수화물이 '악'인 것은 아닙니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첨가당이 많은 단순 탄수화물이 아니라, 통곡물, 감자, 자두 등 섬유질과 복합 탄수화물이 풍부한 '양질의 탄수화물'입니다
뇌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포도당(일반적으로 하루 최소 100g)을 양질의 탄수화물로 채우면서, 나머지 에너지를 건강한 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명한 저탄고지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